플랫폼의 DNA: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관점에서 본 플랫폼 전략과 생태계

예전에 API관점에서 플랫폼관련해 발표했던 내용을 정리해놓았던 글인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이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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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API는 플랫폼의 본질적인 특성을 규정짓는 생물의 DNA같은 역할을 한다. DNA가 자기복제를 통해 세포가 번식하듯이 플랫폼은 API를 통해 확장해 나간다. 플랫폼이 어떤 API를 오픈 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플랫폼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이 장은 플랫폼 서비스 입장에서는 생태계를 빠르게 키워나가기 위한 API 제공 전략을 제시하고, 반대로 개발자 입장에서는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API를 이용해 플랫폼과 상생해 나갈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다.

 

플랫폼 전쟁의 본질

2012년 IT의 화두 중 하나는 ‘플랫폼’을 꼽을 수 있다. 굴지의 IT사들은 자사의 HW, SW 제품 또는 서비스를 팔기 위해서는 각각의 제품들을 잘 만들어 열심히 마케팅 해 시장점유율을 올리는 것 보다는, 자사 제품이 제품을 팔리게 만드는 시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HW가 SW를 팔리게 만들고, 서비스가 HW를 팔리게 만드는 시장의 구조는 ‘양질의 컨텐츠를 유통’하는 플랫폼에서 비롯된다. 애플 아이폰의 경쟁력도 앱스토어라는 거대한 유통 플랫폼이 받쳐주고 있으며, 애플을 가장 먼저 견제하기 시작한 이통사를 비롯해, 애플과의 HW 경쟁에서 자신감을 가진 제조사들은 ‘양질의 컨텐츠를 유통’하기 위한 플랫폼 구축에 전력투구 중이다. 비단 이러한 플랫폼 전쟁은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스마트TV에서는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플랫폼의 DNA: API (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서비스 관점에서 양질의 컨텐츠를 유통하려면,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생산하거나 컨텐츠 공급자들로부터 컨텐츠를 제공받으면 되지만, 이러한 방법에는 비용이 계속 들어가므로 한계가 있다. 반면 플랫폼은 양질의 컨텐츠가 외부로부터 자연스럽게 유입되고, 사용자들에게 유통되는 순환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컨텐츠 유입과 유통의 구조를 만들어내는 플랫폼의 핵심 요소는 API(Application Program Interface)다. 기술관점에서 API는 개발자들이 응용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내기 위한 수단이지만, 서비스 관점에서 API는 컨텐츠의 유입과 유통을 위한 훌륭한 기술마케팅적 수단이다. 그리고 API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플랫폼이 공개하는 API에 따라 유입 및 유통되는 컨텐츠가 달라지며, 플랫폼 생태계도 이에 따라 다양하게 형성된다. 따라서 API를 만들어 적절히 공개하는 것은 플랫폼의 핵심 전략이며, 이와 관련해서 미국 씨넷에서는 이렇게 얘기했다.

 

“현대 웹 서비스의 진화에서는 API 공개가 핵심이며, 특히 소셜을 지향하는 웹 서비스에서는 API 공개가 필수다”

 

API는 플랫폼을 지탱하는 기술

컨텐츠의 유입과 유통뿐만 아니라 IT환경의 변화를 볼 때 API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다양한 디바이스를 지원하려면 응용애플리케이션들을 일일이 개발해야 하지만, API를 공개하면 외부개발자들로부터의 다양한 응용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이러한 API 장점은 공공기관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공공기관은 응용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낼 개발자 리소스가 별로 없기 때문에 API 공개를 통해서 서비스하는 전략이 맞아 떨어진다. 2012년 2월 API 통계를 제공하는 프로그래머블웹 블로그 포스팅에 따르면 지난4개월간 추가된 오픈 API의 50%이상이 공공기관의 API였다.

또한 디바이스가 많아짐에 따라 디바이스간 데이터 싱크를 위해서는 API를 통한 클라우드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간의 연계도 API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아마존은 API 중요성을 일찍 깨달은 기업으로 플랫폼의 체력은 전사적으로 내부 서비스에 API를 도입하면서 다져졌다. 이를 위해 2002년 아마존 CEO, Jeff Bezos는 부서간 커뮤니케이션에 반드시 API를 사용해야 하며 권투 선수 출신의 감시자를 별도로 두었고, 이를 어길 시에는 해고한다고 엄포를 놓았을 정도다.

[그림] API는 플랫폼을 지탱하는 기술
API는 플랫폼을 지탱하는 기술

출처: 웹월드컨퍼런스 발표자료 (2011/11/18, 옥상훈)

 

프로그래머블웹의 2012년 글루 컨퍼런스 발표에 따르면 API의 오픈 속도는 점점 빨라짐을 알 수 있다. 프로그래머블웹 사이트에 1천 개의 API가 등록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8년에서 3개월로 32배나 빨라졌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6월 현재 data.go.kr 사이트에 185건이 등록되어 있으며, API를 공개하는 기관이 점점 증가되고 있다.

API 증가 추세
API 증가 추세

출처: http://www.programmableweb.com/ Glue Conference 2012

 

API로 살펴보는 플랫폼 전략

API의 호출건수 규모 면에서 일 10억 콜을 초과하는 API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프로그래머블웹의 2012년 글루 컨퍼런스 발표에 따르면 트위터, 구글, 페이스북을 비롯해 넷플릭스, 클라우트, 이베이 등이 새롭게 10억 콜 클럽에 등록되었다.

 

API Billionaires Club
API Billionaires Club

출처: http://www.programmableweb.com/ Glue Conference 2012

 

트위터가 130억 콜인 이유는 트위터 서비스 자체도 오픈API를 활용하기 때문이며, 반면 구글은 외부에 공개된 API와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API가 구분되어 있다. 외부에 공개되는 오픈API는 플랫폼사의 전략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1)     구글의 지도 API

: 구글의 지도API는 트래픽 증가와 비즈니스 모델화 전략의 사례다. 2005년에 오픈한 구글의 지도 API는 초기에는 트래픽 증가를 위한 기술마케팅적 수단이었다. 당시 미국의 지도는 맵퀘스트가 1위사였고, 구글은 시장점유율 10%도 하지 못했다. 그러던 구글이 2009년에 맵퀘스트를 추월해 1위에 올라섰다. 이러한 배경에는 구글 지도 API를 통해 구글맵이 외부에서 많이 사용되도록 하는 트래픽 증가 전략에 있었다. 하지만 구글 지도 API는 어느 정도 트래픽이 증가하자, 2011년 8월 상업용을 사용되는 지도 API에 유료화를 선언함으로써 API를 통해 수익을 창출해내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2)     트위터의 API

: 트위터의 API는 컨텐츠 양산과 트래픽 흡수 전략의 사례다. 2006년 초 트위터는 API 공개를 통해 2010년 트위터 공식앱 출시 전 까지 써드파티 어플리케이션을 증가시키는 전략을 취해왔다. 트위터에 등록된 개발자수는 2011년 7월 기준 75만 명에 달했고, 애플리케이션의 수는 100만개를 넘어섰다. 이는 1.5초당 1개 앱이 등록되는 수준이었다. 트위터의 컨텐츠의 42%는 써드파티 애플리케이션으로 통해 유통될 정도로 트위터는 성장하게 되었다. 트위터의 API를 통한 컨텐츠 양산 전략은 2010년 5월 트위터 공식앱이 출시 이후, 트래픽 흡수 전략으로 선회한다. 2011년 3월 트위터는 API 약관을 변경해 트위터 클라이언트 개발 중단을 독려하였고, 급기야 2011년 5월 트위터의 유명한 클라이언트 앱인 트윗덱을 인수함으로써, 트위터 공식앱과 웹사이트로 트래픽을 증가를 도모했다. 또한 트위터 사진 공유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그 이전 1위 트위터 사진 공유사이트인 트윗픽의 트래픽을 넘어서게 된다.

 

개발자와 플랫폼과의 상생

개발자 입장에서 구글과 트위터의 예를 볼 때 플랫폼의 정책에 대한 이해는 API를 활용한 서비스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가 된다. 플랫폼의 정책은 바뀔 수 있지만 더 많은 컨텐츠를 유통해 확장하려는 플랫폼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플랫폼과의 지속적인 상생을 도모하기 위한 플랫폼 API 활용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플랫폼과 동일한 기능을 가지는 애플리케이션은 플랫폼과 경쟁을 피할 수 없다.

: 예) 트위터의 써드파티앱은 트위터 공식앱이 나옴으로써 경쟁하게 되었다.

2)     플랫폼의 기능을 보완하는 애플리케이션은 그 플랫폼이 기능을 제공하기 전까지만 유효하다.

: 예) 안드로이드 한글 키보드앱은 안드로이드에서 공식 키보드앱이 나옴으로써 인기순위에서 멀어졌다.

3)     애플리케이션은 플랫폼이 유통하려는 컨텐츠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해야 한다.

: 예) 페이스북 게임앱은 페이스북 API 탑10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4)     플랫폼의 확장(트래픽, 컨텐츠)을 같이 도모할 수 있어야 한다.

: 예)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은 컨텐츠와 트래픽을 같이 도모한 훌륭한 상생 사례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은 2012년 4월 페이스북이 10억불에 인수하는 운을 맞이했다.

 

정리하며

아직도 API를 개발자들이 코딩을 하기 위해 활용하는 리소스 수준으로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페이스북이 마이스페이스를 추월하게 된 이유는 페이스북이 모바일에 적극 대응한 점도 있지만, API를 통해 트래픽을 빠르게 증가시켜 나간 점도 있다. 개발자 입장에서는 바닥에서 서비스를 시작하기 보다는 API를 적극 활용해 성장해 나가는 전략을 적극 취해야 한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인스타그램의 예를 들면 개발자는 몇 명 되지 않았지만 아마존의 API를 활용해 서비스를 성장시켜 나갔다. API는 플랫폼사뿐만 아니라 개발사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전략임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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